새로운 별칭, '새우범생' 공표
익구 2003. 12. 13. 06:37 |익구는 그간 사용하던 ‘익구청년’ 별칭을 대체할 새로운 별칭으로 ‘새우범생’을 공표했다. 이로써 지루하게 계속되던 별칭대체 논쟁은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 경합을 벌였던 후보들로는 ‘궤변논객’, ‘궁극범생’, ‘시비쟁이’, ‘풋선비’ 등이 있었으나 중반 이후 ‘새우’字가 들어가는 쪽으로 일단 결정되면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익구는 별칭을 만들기 위해 옛 글들을 뒤적이던 중 최근에 썼던 [다양성, 당파성, 그리고 새우등](아래 참조)이라는 잡글에서 ‘새우등’이라는 표현에 호감을 느끼고, 그것을 변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된다. ‘새우등’을 그냥 쓰는 방안도 검토되었으나 그보다는 조금 변형시키자는 의견이 대세였고, 이런저런 조합 끝에 ‘약동새우’와 ‘새우범생’이 최종 후보가 된다.
세상에 미국의 네오콘같은 사명감에 불타는 무식쟁이들만 있다면야 옥석을 가리기 쉽겠지만, 대개는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맞서니까 무식한 학생 입장에서는 새우등만 터지는 꼴이다. 그래도 부지런히 새우등이 터지다보면 가끔 콩고물도 떨어지고 그러겠지라는 희망을 안고 오늘도 싸움 구경에 눈이 둥그래지는 수밖에.^^ 백가쟁명 백화제방(百家爭鳴 百花齊放)의 시대에 사는 것은 확실히 정신 없고 골치 아픈 일이기는 하지만 그 곱절로 흥겹고 신나는 일이다. 다양성과 당파성의 긴장 속에 내 새우등은 늘 조마조마하다.
- 익구, [다양성, 당파성, 그리고 새우등] 中, 2003/11/22
한 때 약동새우가 힘찬 느낌을 준다며 분위기를 몰아갔으나 새우범생파도 완강히 저항했고, 결정에 난항을 겪게 된다. 논의가 진행되면서 약동새우의 ‘동’字는 [똥]으로 발음해야하니 어감이 좋지 않다, ‘낭만고양이’의 조어와 유사해서 표절의 혐의가 짙다, ‘약동’이란 단어의 대중성이 의심스럽다 등의 약동새우에게 불리한 논거들이 쏟아지고, 초기 후보 중에 가장 지지가 높았던 궁극범생파가 새우범생파와 연대를 선언함으로써 결국 진통 끝에 새우범생으로 최종 결정 나게 된다.
익구는 고등학교 졸업하기까지 ‘익구어린이’라는 호칭을 즐겨 쓴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현저하게 무딘 현실감각과 유치하고 조악한 생각의 우물을 자각하고, 어릴 적의 순수한 꿈과 순박한 됨됨이를 지켜나가자는 나름대로 계산된 호칭이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익구가 대학생이 되어서도 익구어린이가 퍼지는 현상이 벌어지자 익구는 ‘익구청년’으로 업그레이드를 선언한다. 이 지속적인 별칭교체 노력 덕분에 이제는 슬슬 익구청년으로 불러주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제 자리 잡아가는 익구청년을 버리고 굳이 새 별칭을 마련해서 쓸데없이 비용 낭비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익구는 익구청년이라는 별칭은 익구어린이의 대항적 성격으로 급조한 것일 뿐 조만간 바뀌야겠다고 늘 마음먹고 있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한편 익구의 아호(雅號)인 ‘憂弱(우약)’을 더 적극적으로 쓰자는 주장도 제기되었으나 그보다는 좀 더 편안하고 재미난 별칭을 하나 만들어 쓰자는 의견이 우세했고, 숱한 고심 끝에 그 성과를 보게 되었다.
익구는 새로운 별칭 선포와 함께, 딸림 구호도 함께 선보였다.
늘 조마조마한 새우등, 고래사냥을 꿈꾸다
부지런히 새우등 터지면서 열심히 배우다
여기저기 고래싸움을 구경하느라 새우등 터져 가면서 열심히 배우면서도 고래사냥의 꿈을 품겠다는 새우범생의 거창한 뜻이 얼마나 실현될지 주목된다. - [憂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