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01.01 2007년 12월 전후
  2. 2006.12.08 종부세 고지서와 함께 단잠을!
  3. 2006.06.20 재산세 인하와 종부세 공부 1

2007년 12월 전후

일기 2008. 1. 1. 17:54 |

071127
선생께서는 시골에 사실 때, 나라에 올리는 세금이나 부역을 반드시 평민들보다 앞서서 바치고, 한 번도 늦춘 일이 없으셨다. 마을의 아전들도 또한 고관의 집인 줄을 몰랐었다.
先生居鄕 凡調役征賦 必先下戶而輸之 未嘗有逋稽 里胥亦不知爲達官家


곽황이 선성(宣城)의 재(宰)로 있으면서 남에게 말한 바 있다. “이 고을의 조세나 공부에 대하여 나는 걱정이 없다. 이선생께서 온 집안 사람을 거느리시고 남보다 앞서 바치시므로 고을의 백성들이 모두 선생의 의를 두려워하고 서로 앞을 다투어 와서 자진 납부하며 도리어 뒤질까 두려워하고 있으니, 내가 번거롭게 한 번도 꾸짖지 않았어도 조금도 모자람이 없으니, 내 어찌 걱정하겠느냐.”
爲宣城宰 嘗語人曰 此縣租稅貢賦 吾無其憂矣 李先生率戶先人備納 鄕里小民 畏先生之義 而爭自來納 猶恐惑後 不煩一呵 靡有所欠 吾何憂哉
<퇴계선생언행록> 卷2, 處鄕 中


능력이냐, 도덕이냐? 조악한 이분법이 나도는 시대다. 도덕도 중요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비장한 언설을 늘어놓는다. 내가 아는 유능함은 다양한 자원들이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가 나는 건데, 능력 좋아하시는 분들은 경제성장 능력이 단독으로 호젓하게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뭐가 급하신지 자꾸 현실을 초월해 신앙의 영역으로 넘어가시려고 해서 안쓰럽다. 키에르케고르는 도덕적 이상을 성취하는데 한계를 느낀 인간의 불안감은 신에게 복종함으로써 해소된다고 설파한다. 종교적 단계에서 인간의 무력감과 허망함을 극복하게 된다는 기독교 논리인 셈이다. 능력을 성역화하는 분들도 이런 전개를 따라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리는 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키에르케고르조차 개인의 주체성을 강조하며 ‘신 앞에 선 단독자’가 되라고 했다는데 경제에 종속된 식객이 되어서야 쓰겠는가.


나누기 힘든 걸 굳이 쪼개서 보시는 분들은 아마도 솔선수범하는 태도를 능력이라고 보시지는 않을 게다. 인용한 일화에서 퇴계 선생은 겉으로 드러나는 몸가짐을 보여줬다. 제자들이 오버한 측면이 있겠지만 퇴계의 처신은 볼만한 것이 많았다. 내면적인 인격이나 품성이 밖으로 배어나게 마련이라고 하지만 모든 공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설령 관찰 가능하다고 해도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건 피곤한 일이다. 상대당, 언론, 시민단체나 이익집단 등이 감독 역할을 일감으로 삼아 사회적 분업을 수행한 대가로 밥 벌어먹고 산다. 보수 우경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들리는데 우리 사회가 건실한 견제집단을 남겨둘지 걱정이다. 문제 제기 좀 하려고 하면 과거지향적이니, 네거티브니, 발목 잡기니 하는 지청구가 날아들지는 않을까.


머잖아 새로운 대통령과 둘레 사람들이 이 나라를 다스린다. 그 누가 되었든 간에 도덕의 최소한인 법을 지키자는 말을 하지 않는 분은 없으리라. 준법도 의심되는 판에 말본새와 청렴성 혹은 청부성(淸富性)을 가늠하는 일은 얼마나 사치스러운가. 그러나 이 사치를 부리는 사람이 좀 더 늘어야 이 땅이 좀 더 예측 가능해진다. 사고의 효율성을 높인다. 정치를 도덕화하지 말라고? 나는 다만 정치가 할 일을 법에 맡기는 정치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 현상이 서글플 따름이다. 정직은 사회자본이기 이전에, 법률 쟁송의 대상이기 이전에 개인의 미덕이다. 대한민국이 정직이나 솔선수범을 정치적 심판의 소재로 삼기를 포기할까봐 두렵다.


071210
2007년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와 부과액이 2006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호들갑인 분들이 있다. 2006년에 급등한 부동산값이 공시가격에 반영됨으로써 과세 대상자가 늘었고 과세표준 적용률이 높아져 부과액도 증가했다. 종부세는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안정과 지방재정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2005년부터 시행됐다. 종부세는 불공평한 소득세제를 보완하는 기제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소득은 감추기 쉬워도 부동산은 감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수야당과 일부 언론이 세금폭탄 운운하며 부동산 부자들의 이익을 과대 대표한 건 부끄러운 일이다. 이들의 조세저항을 접하다 문득 고려말 권문세족이 전제개혁에 반발하던 모습이 떠올랐다면 너무 실례일까.


분명히 말하건대 종부세를 못내겠다는 성냄과 종부세를 낼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푸념은 동일선 상에 놓아서는 안 된다. 푸념이 성냄에 견주어 더 마땅하다. 종부세는 소득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오랜 세월 한 아파트에서 살아왔는데 갑자기 세금이 올라 부담스럽다는 항변도 일리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를 경감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설령 미세조정을 하더라도 시장에 규제가 완화된다는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한 또렷한 전달이 필수적이다.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거나 상속이나 증여·매매 등 소유권 이전이 발생할 때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해주자는 주장도 있다.


이런저런 검토를 하다보니 문득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특별히 못 된 심보이기 때문은 아닌 듯싶다. 집 한 채가 전부인 봉급생활자나 고령 은퇴자들이 투기와는 무관하더라도 서민들에 비해 담세능력이 월등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종부세 과세대상이 되는 주택의 시세는 8억원이 넘는다. 시세 8억원 미만인 집을 갖고 있거나 집이 없는 서민은 1000만가구인데 고령 1주택자인 2만 명을 각별히 염려하는 게 선후 관계가 맞느냐 헛갈린다(박구재. “종부세를 위한 변명” 경향신문. 2007. 12. 03. 참조). 종부세 대상자들의 하소연을 귀담아 듣는 자세로 사회 소외계층을 챙겼다면 이 나라가 이렇게 삭막하지 않았을 것이다. 1가구 1주택에 대한 종부세 완화가 공평과세와 조세정의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면밀하게 살피지 않고 세금 덜어주는 게 엄청난 묘안인 것처럼 호언장담하는 게 마뜩잖다.


토지의 공공성을 둘러싼 논쟁은 예나 지금이나 한판 승부로 끝낼 문제는 아니다. 또한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세금제도가 무결점일리도 만무하다. 종부세 효과가 미진한 이유 가운데는 정책이 제대로 안착하겠느냐 하는 의심이 많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자리를 잡아가는 종부세 제도를 무작정 흔들기보다는 좀 지켜보면 안 될까? 아둔한 내가 보기에도 종부세에 쏟아 붓는 열정을 좀 더 비천한 곳에도 좀 건네면 사치인가? 종부세에 짜증을 내시는 분들은 그래도 당장 먹고 살만하시기에 드리는 말씀이다. 그나저나 밥벌이도 제대로 할지 모르는 내가 벌써부터 내 집 마련을 걱정하는 건 너무 빠른 김칫국이다.^^;


080101
2007년 12월 31일과 2008년 1월 1일 사이에 고종석 선생님의 단편 <엘리아의 제야>를 읽었다. 소설의 배경은 딱 5년 전 이맘때다. 섣달 그믐날(양력)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 모임에서는 안주 삼아 2002년 대선 이야기가 나온다. 5년 뒤에도 비슷하지만 사뭇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과연 2002년에 노무현을 끝내 찍지 않았던 이들의 좌절에 견주어 2007년에 차마 이명박을 찍지 않았던 이들의 낙담은 어느 정도일까.


흠뻑 취했던 주인공이 숙취를 다독이려는 노력이 줄거리다. 이런 표현은 없겠지만 숙취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잃어버린 기억의 퍼즐을 맞추며 함께 했던 벗들을 돌아보는 게 마치 내 삶의 한 단면을 들여다보는 듯해 친근하다.^^; 주인공이 산책 중에 타워팰리스 쪽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가랑이 밑을 지나지 않았다는 건 내 자부심이다. 기품 있게 살자”라고 새해 다짐을 하는 장면은 짠하다. 김병익 선생님은 화자가 헤프다는 것, 천민스럽다는 것에 본능적인 저항감을 느낀다고 평했다. 나도 그 꿈에 기대고프다.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을 때 어느 어진 이가 하는 말을 들었지. “금화든 은화든 동전이든 다 내주어버려라. 그러나 네 마음만은 간직하라. 진주든 루비든 다 내주어버려라. 그러나 네 생각만은 자유롭게 하라.” 그러나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으니 이런 말은 소용없었지.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을 때 나는 또 그가 하는 말을 들었지.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을 결코 거저 주어지는 법이 없지. 그것은 많은 한숨으로 보답 받고 끝없는 후회에 팔린단다.” 이제 내 나이 스물하고 둘이 되니, 오, 그것은 진실, 그것은 진실.


주인공의 가족이 정담을 나누다 앨프리드 하우스먼(A. E. Houseman)의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을 때(When I Was One-And-Twenty)>라는 시를 암송하는 대목이 푸근하다. 이 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 마음을 함부로 건네면 그로 인해 권태에 시달리고 회한이 사무친다는 충고를 노래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좀 더 넓게 풀이해봐도 좋을 듯싶다. 싫증이 엄습하지 않도록 자기 삶의 주인의식 혹은 자존감을 지키라는 뜻으로 봐도 무방하다. 나는 이 시의 조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해에도 지인들에게 마음을 냉큼 주었다가 실망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생각의 감옥에 밀어 넣기도 하겠지만.


내 나이 스물하고 여섯이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 중독되지 않는 생각을 건사하는 한해를 꾸려야겠다. “만 냥이 어찌 나를 도에 살찌게 하겠소(萬金何肥於道哉)?”라는 허생의 일갈이 내게도 함께 하길! 유능과 실용을 권하는 사회에서 마음공부와 역사공부를 팽개치지 말기를! 올해도 이 모자란 녀석과 함께 해줄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만드시고 나누시길 바랍니다.^0^

Posted by 익구
:
2006년 개인주택 종부세 부과대상은 23만7000명 정도다. 전국 주민등록상 세대수 1777만 세대의 1.3%를 차지한다. 종부세를 내야할 납세자의 71.3%는 2채 이상의 다주택 보유자라고 한다. 전군표 국세청장님은 “종합부동산세 대상자중 65세이상의 1가구 1주택자라도 예외를 둘 정도로 극히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한상률 국세청 차장님에 따르면 세부담 능력에 따른 분석 결과를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하니 좀 더 두고봐야겠다. 집 한 채가 전부인 봉급생활자나 은퇴자들이 투기와는 무관하더라도 서민들에 비해 담세능력이 월등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부동산 과다보유 규제와 투기억제라는 정책목표에 비추어 이분들의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한다. 미국은 보유세와 거래세의 비율이 98대 2 정도이며 영국은 89대 11, 일본은 95대 5 정도를 차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77대 23의 비율이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실효세율도 0.4~0.6%로 1% 이상인 미국, 영국, 일본보다 낮은 편이며, 전체 세수 대비 부동산세 비율도 한국이 9.6%, 일본 13.9%, 미국 11.3%, 영국 10.7%로 낮은 편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세금폭탄이라는 레토릭은 국제적 시각이라기보다 국내용 선전 문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는 과잉금지에 위반된다는 주장과 종부세는 이익에 부과하는 과세가 아니라 보유에 대한 과세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데 후자가 좀 더 설득력 있다. 다만 주택이 자산의 70~80%를 차지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무시하기 어려운 만큼 1주택자에 한해 종부세를 경감하는 건 수긍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정책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말이다.


아무리 종부세의 허점이 적잖다고 해도 중앙일보의 11월 18일자 <내달 `종부세 폭탄` 터진다> 제하의 기사는 매우 불편하다. 기사인즉슨 11년 전에 2억원으로 장만한 아파트가 현재 13억원으로 오른 서울 대치동의 이모씨가 258만원의 종부세와 1억3400만원의 양도세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사연을 소개한 것이다. 대다수 성난 누리꾼들과 마찬가지로 “종합부동산세 때문에 요즘 밤잠을 설친다”는 그 애틋한 사연에 함께 눈물 흘리지 못하는 내가 참 못된 놈인지도 모르겠다. 이 땅의 가련한 부자들의 간절한 호소를 귀담아 듣지 않는 오만불손함을 반성(!)한다. 비록 미실현이익이기는 하지만 11억원의 시세차익에는 한마디 언급도 없어 섭섭하다. 대다수 서민들이 꿈꾸지 못할 위치에 있는 분의 고충을 1면 톱으로 게재하는 건 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국세청은 종부세가 “선택된 소수가 납부하는 '아름다운 되돌림!'이라며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대한민국 1%의 고귀한 의무”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우리네 경제적 상류층은 너무 겸손하셔서 그런 고귀한 의무보다는 서민의 자세로 내려오길 간절히 바라는 것 같다. 마르크스는 사회의 계급 구성원들이 자신의 객관적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를 ‘허위의식(false consciousness)’라고 설파한 바가 있다. 이 때의 허위의식은 피지배계급이 계급의식이 결여된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지만 우리 사회는 경제적 상층에 자리잡은 분들이 계급의식에 너무 철저해서 문제다. 참여정부가 계급의식을 조장해 편을 가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누가 계급의식에 더 열심인지를 곰곰이 따져봤으면 좋겠다. 설마 계급의식에도 귀천이 있단 말인가.


정몽주가 선죽교로 향하는 밤 마지막을 함께 지키던 녹사(말을 모는 사람) 김경조가 자기와 더불어 봉변을 당할까봐 혼자 가겠다며 녹사와 동행하지 않으려 한다. 녹사는 이를 거부하고 마지막까지 정몽주 곁을 지키다 죽음을 당하는 이야기를 많이들 기억할 것이다. 지어낸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게 보수층 혹은 상류층의 참모습이 아닐까 싶다. 지켜야할 것을 지키되 자기가 먼저 헌신하는 분들이 밤잠을 그만 설치고 두발 뻗고 주무셨으면 좋겠다. 에드먼드 버크는 “사랑과 현명함이 인간에게 함께 주어지지 않듯이 세금과 기쁨도 마찬가지다”라고 말씀하셨지만 때로는 납세할 수 있다는 것도 기쁨이다. 나도 종부세를 내기 위해 밤잠을 설쳐 공부해봐야겠다. 그런 다음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 들고 단잠을 자야겠다.^^; - [無棄]
Posted by 익구
:

1.
“절세(Tax Saving)는 기본권이야!”


세무학을 공부하는 친구의 일갈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절세는 세법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행위다. 강남구 의회를 비롯해 서울과 경기도 상당수 자치단체가 올해 주택분 재산세를 최고 50%까지 인하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투덜거리고 있던 참이었다. 불법이 아닌 것에 너무 분개하는 건 그다지 좋은 태도가 아닌 것 같다. 명백한 불법을 제 때 단죄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세상인데 그런 것까지 너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렇게 쿨하게 넘어가기에는 뭔가 조금 석연치 않다. 서울지역 25개 구 중에 20곳이 인하했는데 내가 사는 중랑구가 그 혜택을 입지 못해서 섭섭해서 그런 건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재정 형편이 어려워 탄력세율을 적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니 세금 아껴서 책을 더 사보거나 하지는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재산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기존의 계획을 강행하고 있어 ‘동일가격 동일세금’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도 일가견이 있다. 재산세 탄력세율은 아파트를 비롯해 주택을 소유한 주민들의 재산세를 인하해주는 것을 말한다. 물론 재산세 탄력세율 적용은 지방세법에 근거한 합법적인 조치다. 현 지방세법상 주택에 대한 재산세율은 상하 50%범위에서 지자체가 자율로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같은 세금을 놓고 이를 깎아주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으로 양분되는 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지적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파트 투기와는 거리가 먼 강원도 사정 탓인지 강원일보에서 비교적 높은 어조의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수도권의 아름다운 감세 열풍과는 달리 강원도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방에서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세수 감소로 이어질 재산세 인하를 선뜻 따라하지 못할 것이다.


주택공시가격이 적잖이 올랐기 때문에 늘어나는 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 구청측의 입장에 적잖이 동감한다. 2006년 부과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공시가격이 전년대비 18.5% 가량 크게 오른 데다 과표 적용률 상향 조정으로 인하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부동산 불로소득 회수가 목적이라면 양도소득세 인상이 해법이지, 자꾸 보유세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항변도 설득력 있다. 일단 정부는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를 기본원칙으로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강화에 따른 세수증가분은 거래세(취득세, 등록세) 인하와 연계해 국민 전체의 세부담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이번 보유세 개편의 핵심은 주택보유에 따른 세부담을 늘려 시세차익이나 임대료 등으로 발생하는 주택보유의 수익률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은 주요국들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이다. 주택가격 대비 보유세 비율인 보유세 실효세부담률은 2005년 현재 0.15%로 미국의 1.69%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보유세 실효세부담률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 올리느냐의 문제가 있을 뿐 일정 정도의 인상은 크게 반대할 명분도 없다. 그런데 보유세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차가운 것은 왜일까.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이 말한대로 “부동산세는 소득이 실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즉 돈이 내 눈앞에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저항이 심해지는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더군다나 정부가 2%p 낮췄다나는 거래세도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해서 거의 체감할 수 없게 된 것도 실책이다. 세금을 인상하더라도 납세자의 부담 능력과 심리적 충격을 고려해 증가속도와 증가폭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금 가파르게 세금을 올릴 경우에는 정말 성심성의껏 그 불가피성을 설득하고 양해를 구해야 했다. 정부와 여당은 그 점에서 섬세하지 못했다.


2.
여하간 재산세와 더불어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살펴보자. 종부세 산출세액은 ①산출세액전 종합부동산세 - ②차감재산세액 - ③세부담상한초과액으로 정리할 수 있다. 좀 더 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산출세액전 종합부동산세 =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 세율
*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자산 공시가격 - 종합부동산세 기준금액) × 70%(2006년도 기준)
② 차감재산세액 = 재산전체에 부과된 재산세 - 종합부동산세 기준금액에 부과된 재산세
③ 세부담상한초과액 = [산출세액전 종합부동산세 - Min(세부담상한액, 산출세액전 종합부동산세)]


② 차감재산세액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자면 종부세 과세대상 자산은 지방세법의 재산세의 과세대상이기도 하다. 재산세가 과세되고 종부세가 또 과세된다면 이중과세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이에 따라 종합부동산세법에선 종부세 과세대상 자산에 이미 부과된 재산세는 종부세에서 차감한다.


③ 세부담상한초과액이란 종부세를 도입하더라도 종부세 과세대상 자산에 대한 보유세 부담의 급격한 인상을 막기 위해 세부담 상한선을 두는 것을 말한다. 2005년에 1.5배이던 것을 3배로 상향조정했다. 만약 2005년에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해 1,000만원을 납부했다면 올해 보유세 부담상한은 1,000만원 × 300% = 3,000만원인 셈이다. 만약 2006년도에 재산세가 800만원이고, 종부세가 2,500만원이라면 종부세는 2,200만원만 납부하게 되는 것이다. [산출세액전 종합부동산세-Min(세부담상한액, 산출세액전 종합부동산세)]를 이용해 계산을 해보자. 종부세의 세부담상한 초과액을 계산하려면 부담한 재산세액은 빼줘야 하기 때문에 세부담상한액은 3,000만원-800만원=2,200만원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세부담상한초과액은 2,500만원-Min(2,200만원, 2,500만원)=300만원으로 산출된다.


당최 이게 뭔 소리란 말인가. 그래서 도전해보기로 했다.


강남구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24억3900만원인 삼성동 아이파크 73평형은 지난해 재산세 418만5000원을 납부했지만 올해는 재산세 583만7500원과 종부세 1519만8500원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재산세 탄력세율 50%를 적용하면 재산세가 291만원으로 크게 줄어들고 대신 종부세는 1749만7250원으로 다소 늘어난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재산세 탄력세율 50%가 적용되면 재산세의 상당액이 종부세로 전가돼 고가주택은 주민의 세부담 경감 혜택이 축소된다"고 밝혔다.

- “서울 자치구 재산세 인하추진” 매일경제. 2006. 05. 30


위 기사의 사례에서 나온 수치가 도출되는 중간고정을 낱낱이 밝혀보겠다. 다만 세부담상한초과액은 계산에서 제외하도록 하겠다. 무려 네 시간동안 독학으로 끙끙대다가 구했으니 내 부족한 수리능력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우선 계산은 “(공시가격 × 과표적용률) × 세율”의 기본 구조를 가진다. (공시가격 × 과표적용률)이 과세표준을 의미하는데 과세표준(standard of assessment)은 말 그대로 세금을 부과함에 있어 그 기준이 되는 것을 말한다.


○ 24억3900만원에 대한 재산세 과세
재산세 과세표준 : 1,219,500,000원(공시가격의 50%)
* 2008년부터는 2006년 현재 50%인 과표적용률을 매년 5%포인트씩 높여 2017년 100%로 올릴 계획임.

공시가격 8,000만원 이하(세율 0.15%)
(80,000,000 × 50%) × 0.15% = 60,000
공시가격 8,000만원 초과 2억원 이하(세율 0.3%)
(120,000,000 × 50%) × 0.3% = 180,000
공시가격 2억 초과(세율 0.5%)
(2,239,000,000 × 50%) × 0.5% = 5,597,500

∴ 60,000 + 180,000 + 5,597,500 = 5,837,500원

○ 6억원을 초과하는 1,839,000,000원에 대한 종부세 과세, 즉 산출세액전 종부세 산출
종부세 과세표준 : 1,839,000,000원(2,439,000,000 - 600,000,000)
* 2006년 현재 70%인 과표적용률을 매년 10%씩 상향조정하여 2007년 80%, 2008년 90%, 2009년 100%로 올릴 계획임.

공시가격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세율 1.0%)
(300,000,000 × 70%) × 1.0% = 2,100,000
공시가격 9억원 초과 20억원 이하(세율 1.5%)
(1,100,000,000 × 70%) × 1.5% = 11,550,000
공시가격 20억원 초과 100억원 이하(세율 2.0%)
(439,000,000 × 70%) × 2.0% = 6,146,000

∴ 2,100,000 + 11,550,000 + 6,146,000 = 19,796,000원

○ 6억원 초과한 18억3900만원 상당의 재산세분에 대한 이중과세조정, 즉 차감재산세액 산출
(1,839,000,000 × 50%) × 0.5% = △4,597,500원

☆ 종부세 산출세액 = 19,796,000 - 4,597,500 = 15,198,500원
☆ 보유세 산출세액 = 5,837,500 + 15,198,500 = 21,036,000원


여기서 재산세가 50% 인하된다면 ...

○ 재산세는 5,837,500원 × 50% = 2,918,750원으로 인하

○ 산출세액전 종합부동산세액은 위와 마찬가지로 19,796,000원

○ 그러나 차감재산세액의 변동이 있음, 종전의 차감재산세액 산출에서 재산세 인하폭인 50%만 계산
4,597,500 × 50% = △2,298,750원

☆ 종부세 산출세액 = 19,796,000 - 2,298,750 = 17,497,250원
☆ 보유세 산출세액 = 2,918,750 + 17,497,250 = 20,416,000원

◎ 재산세 50% 인하에 따른 절세 효과
21,036,000 - 20,416,000 = 620,000원

아쉽게도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재산세의 20%인 지방교육세와 재산세 과표의 0.15%인 도시계획세가 더해지고, 종부세의 20%인 농어촌특별세라는 부가세(surtax)가 더해지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생략했다. 여하간 이렇게 해서 보유세 대장정은 일단락된다.


3.
재산세 탄력세율 50% 적용이 되어도 고가주택 주민의 세부담 경감 혜택은 축소된다는 강남구청 관계자의 주장은 상당히 호소력 있다. 고가주택 주민들은 재산세 인하된 만큼 종부세가 늘어나게 된다. 종부세는 국세이고, 재산세는 지방세다. 중앙정부의 살림을 위해 국민으로부터 징수하는 세금을 국세라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을 위해 지역주민으로부터 징수하는 세금을 지방세라 한다. 국세는 중앙정부의 행정관서인 국세청(세무서)과 관세청(세관)에서 부과·징수하며, 국방·치안·교육 등과 같은 국민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다. 지방세는 지방자치단체인 특별시와 광역 및 도와 시·군·구의 행정기관에서 부과·징수하며, 상·하수도 및 소방 등과 같은 지역주민의 이익과 지역발전을 위해 사용된다. 결국 재산세 인하되고 종부세 인상될 경우 강남 이외의 지역에서도 쓸 수 있는 국세가 늘어나기 때문에 반드시 강남에만 좋다고 볼 수도 없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강남 고가주택 소유자에게 해당되는 말이고, 종부세 부과와 관계없는 강남의 대다수 서민들은 재산세가 줄어드는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강남 서민들이 혜택을 누리는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에 곱지 않은 시선이 가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강남이라는 상징자본이 표상하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 듯하다. 그러나 강남의 주민보다 싼 주택을 가진 다른 지역의 주민이 더 많은 재산세를 내는 역설은 그리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강북지역 주민들이 강남지역 주민보다 세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건 그다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또한 수도권 전체로 시야를 넓혀서 보면 수도권처럼 주택값이 오르는 곳은 세금을 깎아주고 오르지 않는 지방은 세금을 그대로 내야 하는 것 문제는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할 공산이 크다. 이런 식의 선심성 행정이 해당 지역의 복지나 문화 등의 행정 서비스 축소, 지방재정의 왜곡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실제로 강남구청은 세수 부족 등을 우려 탄력세율을 30%로 낮춰달라며 재의를 요구했다가 무산되었다. 구의회가 지자체의 재정이나 행정, 국가 정책에 대한 보조는 뒷전에 두고, 주민들의 민원 해결을 빌미로 조삼모사(朝三暮四)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생긴다.


부자 지자체들의 이기적 행동은 그 자체로 가치중립적일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세제 강화라는 국정 취지를 지켜가려면 조세감면 제도의 정비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의 재정 보조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세목(稅目)교환, 공동재산세 같은 정책들도 검토하는 적극적 노력을 통해 조세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지방에서도 주민들의 세금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재정자립도를 확충할 수 있는 세원정책과 재정운용을 고심해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서로의 영역에서 국민들의 복리후생 증진을 위해 경쟁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부동산 관련 조세 정책의 핵심이 부동산투기 근절이라면 정책 실현 과정에서 촉발된 서민과 중산층의 실질적, 심리적 부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 정책은 다른 경제사회정책과 상호 관련이 있는 만큼 세금 정책만 들여다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가령 지역균형발전정책 같은 정책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부추긴 것은 아닌지 기존의 정책들도 고찰해야할 것이다. 부동산 투기세력에게 버티면 된다는 식의 신호를 주지 않으면서도 서민과 중산층의 심리적 섭섭함을 어루만질 수 있는 묘안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앞으로도 양극화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증세와 감세를 둘러싼 세금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다. 지속적인 세금 토론을 통해 사회 저변의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참으로 곧은 길은 굽어보이는 법이다. - [小鮮]


<추신>
1. 아 나중에 돈 벌면 종부세를 꼭 좀 내고 싶군요.^^;
2. 열심히 공부해뒀는데 종부세법이 개정되면 낭패
3. 재산세, 종부세 계산할 때 도표 같은 걸로 멋들어지게 만들지 못해서 죄송해요.

Posted by 익구
: